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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소식

[센터 프로그램 후기] 우리는 혼자가 아님을, 서로가 있음을 알게 해준 시민영화제

by김원연 시민 · 2022.10.2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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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가 진행되는 3일간 시민프로그래머가 엄선한 5편의 영화가 상영되었습니다. 각 섹션별로 기후위기, 장애인 이동권, 참여 민주주의를 주제로 다루었으며, 영화가 끝난 후에는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과의 GV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와의 GV시간도 마련되었습니다. 시민프로그래머분들이 마련한 영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총 2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해주셨습니다. 영화제 1일차와 3일차에 참여해주셨던 김원연 시민의 관객 후기를 공유합니다.

2022년 10월 1일 토요일부터 10월 3일 월요일 개천절까지 노무현 시민센터 지하 2층 가치하다(다목적홀)에서 영화제가 열렸습니다. 영화제가 노무현 시민센터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처음 들었던 생각은 속된 밈(?)으로 ‘어머 이건 가야 돼!'였습니다. 영화는 이미 우리들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되었습니다. 많은 플랫폼들의 도움으로 정말 하루 종일 영화를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죠.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런 영화 콘텐츠의 홍수 속에 누군가의 오랜 고민과 신중한 선택으로 엄선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일은 너무 감사한 기회였습니다. 그것도 무려 이번에 새로 완공된 노무현 시민센터에서!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니 노무현 시민센터의 시민학교 프로그램인 ‘시민영화제 기획자 양성과정’을 수료한 시민들이 준비한, 진짜 시민들이 만든 영화제였습니다. 총 다섯 편의 영화가 상영되었고, 기획부터 준비, 홍보, 운영까지 모두 우리와 같은 평범한 보통의 시민들이 진행한 영화제였습니다. ‘대단하다 정말! 못하는 게 뭐야?’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짜임새라든지 구성이 정말 많은 고민의 흔적이 느껴졌고, 의미가 있어 보였습니다. ‘영화제 시作 : 시민, 영화로 깨어나다.’라는 타이틀로 총 3일간 진행된 이번 영화제에서는 기후위기, 장애인 이동권, 참여 민주주의가 주제가 다루어졌습니다. 각각 날의 주제만 보고 있어도 가치가 가득한 게 느껴졌고, 기획자들의 깊은 고민이 느껴졌습니다. 사실 영화제 타이틀과 포스터, 주제들만 처음 봤을 때는 정부 주최 행사인가 할 정도였습니다. 영화제 기간 중 저는 첫째 날과 셋째 날에 참여했었는데요,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어떻게 해서든 둘째 날도 참여했었어야 했다!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련한 미련은 남겨두고 영화제 이야기를 드려보겠습니다.  


아름다운 창덕궁 돌담길 따라 화창한 날씨를 만끽하며 도착한 첫날 센터에는 토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시민센터가 정말 시민들로 가득 채워진 것 같아 저도 덩달아 뿌듯했습니다. 다양한 표정들의 시민들이 조금씩은 상기된? 설레는 표정들로 센터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계셨습니다. 저도 덩달아 설레는 마음으로 센터의 가치하다(다목적홀) 로비에 도착했습니다. 미처 사전예약을 하지 못했지만 밝은 미소로 반겨주시는 시민 프로그래머 분들의 안내에 따라 제가 좋아하는 앞자리를 예약했습니다. 관람료는 무려 무료여서 그만큼 열심히 봐야겠다, 아깝지 않게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리 예매를 하기 위해 살짝 기다리는 가운데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도 건네주시고, 정말 친절하셨습니다. 나중에 보니 그분들 모두 시민 프로그래머 분들이시더라구요 :) 


첫날, 첫 시간의 영화였던 ‘2040’이 끝나고 영화를 선정하신 시민 프로그래머 분들과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관객과의 대화에 앞서 영화 시작 전 미리 오픈 채팅방도 준비해 주셨는데, 해당 단톡방 덕분에 더욱 편하고 직접적으로 관객과의 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부끄러운 저의 메시지도 선택하고 읽어주셔서 깜짝 놀라고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관객과의 대화도 하나하나 허투루 준비하신 게 없었습니다. 챕터 챕터 테마로 대화 주제를 미리 선정해 주셔서 자연스럽게 흐름에 따라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관객분들도 누구 하나 과하게 욕심내지 않으시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관객과의 대화가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첫 번째 시간이 종료된 뒤엔 라운지에서 선물을 또 가득 주셨는데요, 연잎에 쌓인 약밥이라니! 마침 출출하던 차에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두 번째 시간인 ‘대지에 입맞춤을' 영화도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시작 전부터 달아오른 영화제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는데, 그 열기와 열정이 영화 상영 후 GV로 이어졌습니다. 환경재단 이사장님이신 최열 이사장님과 함께 진행된 GV 또한 가치와 의미가 가득했었는데, 영화제의 열기와 더불어 이러한 관심들이 우리의 기후 위기와 환경문제의 관심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생겨났습니다. 

 

제가 참여한 마지막 세 번째 날에는 비가 왔습니다. 이제 정말 더위가 가려나 보다 하는 듯 시원한 기분으로 도착한 센터에는 휴관일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대부분 영화제에 참여하기 위해 오신 것이었을까요? 참고로 인상적이었던 건 센터 입구였습니다. 들어오자마자 우산들이 여기저기 갖가지 모양으로 가득 놓여 있었는데, 모두가 센터 안에 빗물이 튀길까 아끼는 마음으로 입구에 비치해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누구 하나 우산을 도둑맞을 걱정은 전혀 하지 않는다는 느낌으로 자유분방하게 우산들을 비치해두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서로 모르는 사이들이지만 이곳 센터를 찾은 이들의 ‘우리’를 믿는 마음에 또 벅차올랐습니다. 그렇게 입구에서부터 또 한 번 감동을 가슴에 안고 가치하다홀로 향했습니다. 

(사진은 영화제 두 번째 날입니다)

마지막 날의 마지막 영화인 ‘일 포스티노'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끝났다는 아쉬운 마음과 영화가 주는 여운과 잔잔한 감동이 뭔가 말을 잇지 못할 어떤 먹먹함을 주었습니다. 이어지는 영화를 선정하신 시민 프로그래머 분과 관객과의 대화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우리가 그리워하는 그분 생각도 나고, 남은 우리가 해야 할 일과, 살아가야 할 날들에 대한 생각 등, 한껏 진지하고 조금은 숙연해진 분위기 속에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이 스쳐가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하며 아쉬운 마음을 추슬렀습니다. 

 

그런데 시민 프로그래머 분들의 인사가 있었습니다. 관객과의 대화가 끝이라고만 생각해서 생각도 못 했는데, 어느 순간 재단 직원분의 생동감 넘치는 인사와 목소리로, 그리고 영화제를 기획해 주고 준비 진행해 주신 시민 프로그래머 분들의 등장으로 순간 생기가 확 돋아났었습니다. ‘맞다, 우리는 혼자가, 각자가 아니었지' 하는 느낌이었달까요? 일곱 분의 시민 프로그래머 분들이 무대에 오르셔서 인사를 해주시는데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찬찬히 보니 반가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니까 다들 낯이 익은 얼굴들이었는데, 영화제 곳곳에서 보았던 친숙한 스텝들 얼굴이 다 거기 있었습니다. 정말 일곱 분이서 모든 걸 다 진행해 내셨구나, 앞에서 티켓 주시던 분이 관객과의 대화 진행해 주시던 시민 프로그래머 분이시고, 또 선물 나눠주시던 분이시고, 사진 찍던 스텝분이시고, 정말 영화제 기간 동안 곳곳에서 뵈었던 분들이 다 이분들이셨구나 하며 더욱 반가웠습니다.  


마지막 영화가 끝나고 어떤 숙제 같은 게 느껴져 공기가 무겁게 느껴졌었는데, ‘우리’시민 프로그래머 분들이 등장하자 정말 분위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마음을 내리깔던 안개가 확 걷힌 느낌이었습니다. 한 분씩 영화제를 준비하고 마무리하는 소감을 말씀하시는데, 몇몇 분들의 목소리가 떨리시기도 하고 울컥하시기도 하면서 정말 진심이 느껴져 괜히 저도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박수를 보내드렸습니다. 퇴장할 때까지 인사를 잊지 않아주시는 시민 프로그래머 분들을 뒤로하고 그렇게 ‘2022 시민이 만든 작은 영화제’는 끝이 났습니다. 

 

아름다운 창덕궁 돌담길을 되돌아오며, 기획해 주시고 수고해 주신 노무현 재단 직원분들, 스탭분들과 시민 프로그래머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고, 이 후기를 통해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너무 고맙습니다.

영화제 마지막에 한 시민 프로그래머 분께서 무대에서 내려가시며 외치셨던 말로 후기를 마쳐볼까 합니다. “야~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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