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소식
[노무현리더십학교 수료 후기] 청년7기 이명노: 리더십학교가 수강생을 넘어 사회에 미친 영향
2023년 11월 11일부터 2024년 3월 3일까지, 노무현리더십학교 청년7기 광주호남과정이 진행되었습니다. 노무현리더십학교가 호남지역에서 열린 것도, 청년 과정을 호남지역에서 진행한 것도 처음이었습니다. 주중에는 과제를 수행하고, 매주 토요일 오후 내내 강의와 토론을 소화하며 팀 프로젝트와 각종 실습 및 워크숍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노무현재단 광주지역위원회, 봉하마을, 그리고 서울 노무현시민센터까지 함께 걸어온 길을 다시 짚어봅니다. 1·2학기 총 14주의 교육과정을 무사히 마친 청년7기의 수료 후기를 모아봤습니다. 이명노 수료생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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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센터에서 수료식 워크숍을 끝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시원섭섭한 감정을 정돈하고 싶어 머릿속으로나마 나름대로 감상을 정리 해봤습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수강하기 전과 후 달라진 스스로를 체감한 시간’이었습니다. 현란하고 멋스럽게 잘하는 것만이 말을 잘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대화의 분량과 비중에도 구성원에 대한 존중과 민주주의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설득에서 무작정 이기는 것이 토론이 아니라 다른 생각과 가치관의 합의점을 도출하는 방법이 토론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며, 배운 것을 현장에서 곧장 적용할 수 있는 훈련의 시간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리더십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저는 광주광역시의원으로 당선된 후 낯설 정도로 바빠진 일상에 새로운 역할을 더 받아들이기를 다소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지역구 민원을 듣기 위해 행사장 방문 일정을 소화하며 의사일정에 여념이 없는 초선의원에게, 의회에서 봐야 할 자료만 보기에도 빠듯한 시간을 마음의 양식을 쌓기 위해 투자한다는 것을 어리석게도 사치라고 여겼습니다. 조용히 일만 하고 있어도 계속 확장되는 인간관계에 소속감이 형성되는 새로운 관계를 애써 찾아 만든다는 것도 같은 부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치와 의정활동에 보람을 느끼면서도 수용성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변해가는 스스로를 직시하지 못하고 있던 위험한 시기에 리더십학교를 다니지 않았다면 어떻게 변해갔을지 두려운 생각도 듭니다.
마침 생각나는 일화가 있습니다. 리더십학교를 수강한 시기는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으로 소임을 시작하는 시기와 맞물렸습니다. 우리나라 의회는 예산 편성권이 주어지지 않아 지역구의 민원 사항이나 제안하고자 하는 정책을 위해 수반되는 예산을 소위 “쪽지”라고 하는 프레임에 갇힌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방법으로 확보하는 게 관행이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학교에서 배우고 훈련한 토론을 의정 현장에서 적용해 보자는 마음으로 새로운 시도를 구상했고 사상 처음으로 의회의 사전요구예산을 만들어 공개검증을 추진했습니다.
전체 의원의 요구를 일찌감치 수렴하고 시청 집행부와 수차례 사전 감담회를 통해 예산서에 담아냈습니다. 60건 중 40건 수용시켰고 나머지는 추경에서 검토하는 것으로 결정한 협상은 실로 엄청난 성과였습니다. 기존 쪽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용률을 확보한 것도 성과지만 더 큰 성과는 그 이후 예산심사를 위해 열린 회기에 발현됐습니다.
모든 의원이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진 덕분에 각자의 철학과 가치관으로 무장한 토론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알량한 협박과 거래 따위는 없어진 건전한 예결위 회의장의 공기는 집행부 공직자와 의원 모두의 진정성을 한껏 끌어올렸고, 첫날 오전 10시에 시작한 예산심사는 이튿날을 넘겨 사흗날 새벽 6시까지 이어지는 끝장토론을 통해 심사를 마치고 의결했습니다. 역대급 재정난에서 역대 최장 시간 토론을 통해 광주시민의 대리인과 공직자가 정의를 겨뤘던 이날의 업적은 노무현리더십학교의 커리큘럼이 수강생 개인을 넘어 사회에 미친 긍정적인 바람을 확인할 수 있는 일화였습니다.
강의로부터 얻은 효능감도 효능감이지만 사람으로부터 얻은 효능감도 실로 대단했습니다. 체험 중심의 커리큘럼 덕분에 금세 가까워진 동기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동료에서 뜻을 공유하는 동지가 되었습니다. 고민거리가 생길 때면 다른 사람보다도 같은 배움을 간직하고 같은 의식을 함양하고 있는 동지들에게 더 공유하는 사이가 되었고 서로 발전적인 미래를 도모하는 연대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관계가 형성될 기회를 시작하기 전엔 왜 주저했는지 부끄러운 마음도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바쁜 일정과 업무를 소화하고 있던 시기였지만, 어떻게든 과제를 해내고 또 어떻게든 일정을 조율해 출석했던 강의가 있는 토요일은 늘 설레던 시간이었습니다. 노무현리더십학교를 마치고 나니 부쩍 여유로워진 주말 스케줄을 보며, 이 황금 같은 시간 뭐라도 또 의미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도전에 주저하지 않게 됐습니다. 수료식으로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의 리더십학교는 끝이 났지만, 우리 마음속에 노무현리더십학교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듯합니다. 기수마다 지역위원회가 달라지는 특성상 꼭 추천하고 싶은 지인들이 수강하기는 어렵다는 아쉬움이 참 크게 다가옵니다. 이 기회에 재단에도 가입했겠다 다음번 광주호남과정이 생길 때까지 하는 수 없이 책임감 있는 수강생의 입장으로 배운 내용을 전파하는 데에 온 힘을 쏟아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누군가가 노무현리더십학교 어땠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답합니다. 지금까지 참여해본 교육프로그램 중 최고의 프로그램이었다고. 이 기회를 빌려 최고의 가르침을 아낌없이 전해준 노무현재단과 리더십학교 천호선 교장 선생님과 김학재 교감 선생님, 노수현 선생님과 구현정 선생님, 그리고 천다애 팀장님과 강사님들께 진심을 담아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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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강릉에서 면접도 보고했는데 신청을 못했습니다. 못내 아쉽네요.특히나 요즈음은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 무엇보다 필요한 데 스스로가 역량이 부족함을 많이 느낍니다. 그리고 멀리서나마 응원합니다.
2024.9.28. 09:16 -
꼭 참여해 봐야지 마음만 먹고, 지금까지 신청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바쁘다는 핑계를 물리치고, 돌아오는 기회에 꼭 도전 해 봐야겠습니다. 아자아자 화이팅!
2024.7.6. 1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