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소식
[노무현장학생 캠프 후기] 여름의 초입
7/13(토) ~ 7/14(일) 제15기 노무현장학생 봉하멤버십 캠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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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초입, 7월은 작열할 태양이 머금은 열기를 점차 스멀이기 시작하는 달. 다행히도 구름을 양산 삼은 봉하의 하늘은 3시간이나 일찍 도착한 나를 태양 빛으로부터 가려주고 있었다.
난 대체 무엇을 하며 기다려야할까, 아는 사람 없이 이 한적한 농촌에 서 있던 나는 무작정 걸었다. 그러고 아스팔트 길을 따라 걷다 곁으로 돋아난 농도로 샌 나는 추억에 잠겼다. 어릴적 아버지를 따라 종종 찾아왔던 봉하의 모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렇게 살짝은 아련한 감상에 갇혀있던 차에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드는 걸 발견하고, 나도 세미나실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살짝은 어색한 분위기였지만 모두들 한 손에 샌드위치를 들고서 짧은 얘기들을 나누다 보니 오리엔테이션을 즈음해서는 분위기가 풀리는듯 했다.
점심 식사를 마친 장학생들은 ‘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을 둘러보며 재단의 이름인 ‘노무현’이 어떤 일생을 살아간 사람인지에 대해 간사님의 소개와 함께 관람했다. 노무현의 삶을 전기 형태로 구성된 전시관은 크기가 상당했는데, 재단이 그를 알리고자 하는 어떤 의지가 투영 되어있는 듯 보였다. 전시관 관람에서 마음에 깊이 남은 부분이 있는데, 그에게 전하는 여러 말들을 나무로 빗댄 미디어아트 형태로 보여주는 관람실이었다.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다른 장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전시관을 다 돌아본 후 우리들은 1층 강당에 모여 전시관장인 차성수 관장님의 강연을 듣고,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러 길을 나섰다. 묘역 주변에 깔린 수많은 석판에는 그를 추모하고 추억하는 말들이 모여있었다. 묘역을 걸으며 스스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치학도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나름의 진지한 다짐들을 되새겼다.
오후가 되고 저마다 친해진 장학생들이 모여 재잘이는 소리는 높아져갔다. 오고가는 실없는 얘기들도, 꽤 진지한 얘기들도 7월 저녁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는 모두 똑같은 목소리였다. 그리고 이런 생각과 함께 이어진 다음 수업은 노수현 강사님과 함께한 리더십 프로그램이었다.
당당하게 말하기, 상대방의 말을 온전히 다 듣기, 상대방이 말하게 하는 능력 등 너무나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지만 가장 좋았던 건 많은 장학생들과 못 나눈 대화들을 나누게 해준 시간이었다는 점이다. 그 대화가 건설적이었든, 아니면 한바탕 웃음으로 끝났든 간에 우연한 기회로 모인 우리가 나눈 대화 모두가 의미 있었다는 점은, 전 장학생이 공유하는 생각일 것이다.
강연이 끝나고 장학생들의 밤은 계속되었다. 어떤 방은 여럿이 모여 밤새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고, 또 어떤 방은 잠들기 전까지 소소하게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날, 우리는 아침 식사를 한 후 ‘대통령의 집’에 방문했다. 퇴임 후 노무현 대통령이 살았던 공간은 개방적이면서도 몸 낮은 공간이었다.
몸낮은 공간의 건축방식은 마치 노무현 대통령의 말하기 방식을 보는 듯 했다. 건물 스스로를 과히 높이지 않으면서도, 공간 자체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특히 시원하게 난 유리창과 개방적인 공간 배치가 돋보였다. 이조차도 직설적이며 진솔한 그의 어투가 느껴지는 듯 했다.
노무현의 집에서 걸어 내려오며 든 생각은, 이곳에서 친우가 된 이들과 좀 더 오래 걸으며 더 가까이 있고 싶은 마음이었다. 단순히 가족과의 추억에서 머무는 공간이 아닌, 새로운 좋은 사람을 사귀었고 이야기를 나누었고 서로의 삶을 공유하는 공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사람 사는 세상. 사실은 꽤나 피상적으로 느껴지는 말이었지만, 그러한 심상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